일요일 저녁. 다음 날이 출근이긴 했지만, 조금 늦게 출근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켰다.
꽤 최신 한국영화인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있고, 영화 제목 바로 밑에 설명엔 '이병헌 박서준 출연' 이라고 써있었다.
음, 그래 그 영화 출연진이 꽤 짱짱했던거 같았고 극장에서도 하는거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놓쳤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봐볼까? 하고 재생하였다.
아내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에 나 혼자 소파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데 초반 부터가 나의 흥미를 완전히 끌어버렸다.
재난 영화들이 어땠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재난 상황은 너무나도 말이 안되는데, 그걸 그래픽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 한번 놀라고, 아파트 한동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그 웃긴 상황이 황당하지만 너무나도 흥미로운 컨셉이었다.
영화는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 단지 (보금자리)를 어떻게 사수할 것인지, 그 안에서는 어떠한 규칙으로 통제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대표적인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사기를 당해 본인 집이 아니지만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주민 대표.
- 처음엔 대표감처럼 보였으나 점차 서포터의 역할이 짙어지는 부녀회장
- 아내 밖에 모르는 신혼부부 남편
- 세상 물정 모르고 혼자만 인간답게 살려고 하는 철없는 아내
모든 남자들이 박서준의 역할을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박서준에게 완전히 몰입한 상태로 봤다.
재난 상황에서 나의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을 짓밟고서라도 지켜낼 것 같다.
물론, 보통의 인간이 인간성을 잃고 원시부족 사회의 인간이 지닌 본능에 충실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충분히 납득이 갔었던 것은 아래의 이유와 같다.
1. 아파트 외부의 환경은 도저히 인간이 살 수 없었고,
2. 전세계에 동시에 재난이 일어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구조할 생각이 없다는 점.
3. 현재로서는 희망이 딱히 안보인다는 점.
이러한 관점에서 영화를 보다보면, 사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해 포커스를 맞춰 영화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아파트 외부로 나가 물자들을 구해오는 상황에서 생각보다 많은 바퀴벌레들이 생존해 있었고,
이 바퀴벌레들은 아파트 주민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며 이들 역시 완전히 수렵-채집 생활로 돌아간 원시인들과 다를바 없는 모습들을 보이며 주민들을 사냥하였다.
이 부분에서 드는 의문은.. 아파트 외부가 살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겠지만, 살려면 살아지나보다.. 그렇다면 아파트에서 사는건 어떤게 나은걸까? 라는 것이었다.
보다보면 참 해석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감독의 의도가 궁금한 부분도 많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개인적인 소감에 대해 적고 마무리 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박보영 캐릭터를 세상 혼자만 착하게 살려고 하는, 따지고 보면 재난 영화에서는 빌런 역할을 자처해버리는 발암 캐릭터를 굳이 여성으로 설정했어야 했나라는거다.
물론, 여성의 직업이 간호사라고는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긴했다.
영화를 적당한 길이에서 끝내려면 발암 빌런 캐릭터가 필요했을테고, 그 이미지나 플롯 상에서 자연스러운게 박보영이었으니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이러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철없는 아내는 본인의 잘못으로 인해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지만
(감독이 말하고 싶은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파트 밖을 나오니, 정상적이지 않은 구조물 속에서 나름대로 더불어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철없는 아내를 아무런 대가 없이 받아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음.. 너무 갑작스럽게 마무리가 된 느낌.. !!!! 아쉽다.
OTT에서 8화 정도로 만들면 더 재밌게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컨셉 이대로 버리긴 아쉽다!